개인적인 해석이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 빅토리아 시대에는 ‘소녀’가 주인공이고 그러한 소녀가 이야기를 이끌어낸다는 게 센세이션이라고 했다. 지금에서는 평범한 이야기가 그 시대에는 혁명적인 이야기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시대에는 소녀가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거의 금기시되었다고 한다. 그저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는 것만 하면 된다고 여겨져 애니메이션 초반에 정원에서 역사 학습을 받는 것이다.
두 번째, 이상한 티파티에서 인물들이 이상했던 이유는 그 당시가 반영되어 있다. 모자 장수에서, 당시 모자의 마감을 수은을 이용해 처리했는데 그 때문에 모자 장수가 수은에 중독되어 미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당시에 특히 정신이상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3월 토끼에서 토끼들에게 3월이란 발정기라고 한다. 그래서 겁이 없어져서 자신보다 큰 덩치의 동물들에게도 사납게 대한다고 한다. 때문인지 후반부엔 겁 없이 왕비에게 떠들어 댄다. 겨울잠 쥐에서 쥐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매우 무기력한 상태여서 계속 졸린 상태로 동화 속에 등장한다. 티파티에서 차 한잔 얻어먹지 못하는 앨리스를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귀족들을 비판하려 했다고 한다. 동문서답에, 이상한 말들이 오고 가지만 티파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겉모습에만 치중하려는 귀족들을 풍자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바위 위의 도도새와 그 주변을 돌고 있는 동물들. ‘옷을 말리라’,‘나는 이미 옷이 말랐다.’라며 명령을 하는 도도새는 이미 젖지도 않는 상위 계층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돌고 있는 동물들은 그런 계층 밑에서 복종하며 따르는 하위 계층을 의미한다. 그리고 도도새는 ‘왜 빨리 말리지 못하냐.’며 하위 계층의 노력을 무시한다. 이 부분은 현대 사회에서도 잘 나타낸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부 꼰대들=도도새, 신입 사원, 취준생=동물들, 바다=현대 상황. 이라고 가정하자. 그렇게 되면 도도새는 ‘나 때는 다 쉬웠는데 너네들은 그런 것 하나 못하니?’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되겠고, 동물들은 어쩔 수 없이 도도새의 말에 따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도새가 나를 뽑아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점점 취업, 승진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의 바다에 휩쓸려서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한다.
네 번째, 트위들 형제가 얘기하는 ‘바다코끼리와 목수 또는 호기심 많은 굴들의 이야기.’도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는 나쁜 어른들을 비판하려 하는 것 같았다. 바다코끼리는 굴을 먹고 싶지만, 굴을 감언이설로 꾀어내어 집으로 초대하는 척한다. 하지만 목수가 요리하러 가는 사이에 바다코끼리 혼자 귀여운 굴들을 다 먹어버린다. 여기에서 바다코끼리는 나쁜 어른의 우두머리, 목수는 그를 따르고자 하는 인물, 굴들은 호기심 많고 때묻지 않은 순수한 인물을 뜻하는 것 같다.
다섯 번째, 앨리스가 처음 만난 회중시계를 든 토끼의 눈은 분홍색이다. 그리고 계속 ‘늦었다!’를 반복한다. 나는 이 토끼를 보고, 회사 생활에 찌든 회사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기억으론 웹툰 미생에서 오상식 역도 눈이 계속 빨갛게 나온다. 그 이유가 야근에 찌들어서 눈이 충혈된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도 같은 이유로 매일 늦었다고 반복하며 뛰어다니는 토끼의 모습이 일에 바쁜 회사원을 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섯 번째, 왕비의 어이없는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들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이미 심어놓은 흰 장미를 ‘왕비가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다는 점. 그런데 왕비는 애초부터 흰 장미를 심은 너희들이 잘못되었다며 이상한 이유로 카드 병사를 처형 시킨다는 점. 또한 옆에 있는 왕은 너무 작아서 존재감이 없는데, 이는 왕비가 독재정치 비슷한 것을 해서 왕은 똑똑하지만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왕비는 멍청해서 자기 마음대로 정치하려고 하지만 왕이 소심하게 왕비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안한다. // 재판 중에도 왕비는 자신이 듣고 싶은 부분만 배심원에게 적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배심원들은 각자의 칠판에 ‘단어’를 적는다. 이 부분에도 비판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단어는 어떻게 배열하면 나쁜 것이 좋게, 좋은 것이 나쁘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것 없이 막 적는다는 것은 재판의 의미가 없다는 것 같다. 결국, 피고인이 후에 형벌에 처해질 때는 왕비의 기분 대로 피고인에게 벌을 내릴지 말지가 결정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일곱 번째, 앨리스는 문을 통해 여러 가지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곳에서 순수했던 앨리스는 세상의 쓴맛을 보고, 얼마나 세상이 더럽다는 건지 직접 느낀다. 특히 송충이를 만나는 부분에서, 송충이가 ‘너는 누구니?’라고 했을 때, 앨리스는 ‘나도 모르겠어요. 너무나도 내가 많이 바뀌어서.’라고 한다. 이 의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릴 적의 꿈을 잃어버린 어른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내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현대와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릴 적엔 과학자를 꿈꿨지만, 자라면서 그 꿈이 희미해져가는 건 어느 어른이든 느꼈을 법한 경험이다.
동화의 해석을 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뜻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우리가 꿈을 꾸면 일반적으로 ‘개연성 없이’ 꿈이 진행되곤 한다.
마지막에 앨리스에게 일어났던 일 모두가 꿈이었다는 것으로 보아 앨리스도 개연성 없는 꿈을 꾼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 속에 여러 장치들을 설치해서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들만 알아볼 수 있도록 시대상을 반영한 풍자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동화는 어린이가 보기엔 조금 무섭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형형색깔이 나오고, 동물들이 말한다고 해도 아이들도 내용이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다. 이 동화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조금 미친 분위기로 느껴졌다. 특히 티파티와 채셔 고양이의 등장에서 강하게 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솔직히 해석본을 보고 부분적으로 이해를 한 것이지, 트위들 형제나 채셔 고양이 등이 말하고자 하는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빅토리아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대엔 분명히 고위 계층이나 귀족들은 겉모습에 치중하고, 자신 위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고지식한 인물들이고, 그를 따르는 하위 계층이 있다는 것은 존재한다. 이를 지금 21세기에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해석을 찾는 재미가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지만, 보면 볼수록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오싹한 기분까지 들어서 두 번은 보기 힘든 작품인 것 같다.
결론적으론
앨리스가 여러 가지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타락한, 때 묻은 세계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려
나 조차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 앨리스를 보여줌으로써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어른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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