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영화

[지브리 애니 리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해석 🎬 진짜 '나'를 찾기 위한 행방불명

by 솔립기록 2021. 9. 28.
진짜 '나'를 찾기 위한 행방불명이란 여정.

 

 

 

1. ‘온천’이란 폐쇄된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지 못한 직원들이 있다. 아마 온천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엔 각각 개성 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일로, 치히로처럼 그 세계에 들어와서 이름을 빼앗겨 유바바와 계약을 맺고, 그 세계에 점차 스며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남자는 개구리로, 여자는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 것일지도 모른다.

 

2. 유바바와 제니바가 나오는데 둘은 외형이 똑같은 쌍둥이 자매다. 하지만 난 이것을 보고, '제니바는 어쩌면 유바바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유바바가 돈에 찌들어서 그런 삶을 살고 있지만, 본질은 소박하고 뜨개질하며 직접 돈을 버는 삶 유바바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 아니었을까?

 

 

 

3. 또, 유바바의 아들인 ‘보’. 처음에는 아기가 비상식적으로 커서 기괴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보는 밖은 병균이 많다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쥐로 변했을 때 치히로와 함께 전차를 타고, 제니바의 집으로 가 이것저것 구경한다. 이 모습을 보고 히키코모리와 헬리콥터 부모님을 비판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밖은 무조건 위험하다며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도록 하는 과잉보호의 부모님=유바바. 이에 순응해서 바깥세상은 구경하지 않고, 무조건 집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는 보=히키코모리. 하지만 쥐의 몸으로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넓은 세상은 병균이 득실대는 곳이 아닌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되고, 치히로를 통해 그곳을 알게 되었으므로 치히로를 감싸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통해 히키코모리에게 집에서 우울하게 있기보단 세상 밖으로 나오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보는 사실 두 발로 설 수 있었으나 유바바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실 보에게는 다른 능력, 재능이 있는데 유바바의 과잉보호로 그 능력을 펼치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하고자 한 것 같다. 혹은 유바바가 겉으로는 보에게 관심이 있으나 실상은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을 뜻하며 자식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는 부모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 같다.

 

 

 

5. 치히로는 중간에 돼지가 된 부모님에게 자신을 ‘센’이라고 칭한다. 이는 점점 그 계약서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치히로는 가짜 이름을 썼기 때문에 계약조차 성립되지 않았다. 내 생각엔 1이미 모두가 세뇌되어버린 곳에서 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계약 내용과는 관계없이 세뇌 아닌 세뇌가 되어버려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2유바바가 너는 ‘센’으로 살라고 했을 때, 그 명령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 걸까? 마치 상사가 말도 안 되는 일을 요구했을 때 싫어도 지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부하직원처럼 말이다.

 

6. 하나 의문점이 있다면, 하쿠는 어떻게 치히로가 터널을 지나왔다는 것을 알았을까? 치히로가 말했지만 내가 잊은 부분인가? 만약 치히로가 터널의 ‘터’자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하쿠가 안 것이라면, 아마 하쿠도 치히로처럼 과거에 터널을 통해 들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의식 속에서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7. 하쿠는 치히로의 이름을 미리 알고 있었다. ‘난 언제나 치히로 편이야.’라고 하니 치히로는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야?’라고 한다. 그러자 하쿠는 ‘난 네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라고 한다. 아마 하쿠는 자신의 진짜 이름만을 잊고, 나머지는 다 기억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8. 하쿠는 원래 강의 신이었지만, 강이 없어지고 건물이 들어서면서 점점 정체성을 잃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후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 세계에 들어가고, 강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해서 마녀의 제자가 되기로 한 것 같다. 이도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을 비판한 것 같다.

 

 

9.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피셜로, 치히로는 마지막에 터널에서 나올 때,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잊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재했던 일을 증명하는 것은 치히로의 보라색 머리끈이다. 제니바의 말 ‘일어나지 않은 일은 잊히지 않는 법. 기억해내지 못할 뿐이지.’인 것처럼. 그러나 어느 세상에선 치히로와 하쿠가 함께 만났을 거라 생각한다.

 

10. 또, 이미 유바바의 제자였던 하쿠는 왜 치히로를 도와줬을까? 인간을 배척하는 곳에서 유일하게 도와줬던 사람들은 하쿠, 린, 가마 할아버지였다. 아마 그들은 자아를 아직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인간의 정이 마음속 어딘가에 조금은 있었기 때문에 인간인 ‘치히로’를 도와줬던 것이 아닐까? 특히나 하쿠가 치히로를 도와줬던 것 어렸을 때 하쿠가 치히로를 구해준 것을 머리가 아닌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11. 의식이 없는 하쿠에게 죽지 말라고 하는 치히로. 그리고 그것을 보고 ‘사랑이다.’라고 표현한 가마지기 할아버지. 사랑이란 건, ‘돌아올 수도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 같았다. 온천이란 곳에선 없는 것.

 

 


 

 

 

‘센’이 아닌 ‘치히로’진짜 이름을 찾고,

하쿠’가 아닌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진짜 이름을 찾는 것.

 

온천이라는 사회생활에 찌들어

나 자신도 잃어버린 채

그저 권력자와 돈만을 위해 일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직원들.

더더욱이 아들보다 사금이 더 중요한 유바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런 내용이 조금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사실 그의 여러 작품을 보면

앨리스의 이야기가 반영된 부분이 많다고 한다.

굴로 들어가면 판타지 세계가 나온다거나,

시대를 풍자한다거나...

 

일본 원작 제목과는 다르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뜻하는 바를 알겠다.

 

센과 치히로는 동일 인물이지만 순수한 세계와

타락된 세계 사이에서

진짜를 잃어버려

진짜를 찾는 과정을 ‘행방불명’에 비유한 것 같다.

 

 

 

 

행방불명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영원히 나를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잃는 과정에서도 진짜를 찾을 수 있다.

나는 행방불명인 상태일까?

그렇다면 난 진짜를 찾기 위한 행방불명을 겪고 있을까?

아니면,

진짜를 잃고 가짜로 살아가기 위한 행방불명을 겪고 있을까?